1화 독자라고 불리던 자 신편위가 되다
2화 공대생이던 나, 계산기 대신 키보드 두드리게 되다
드디어 미루고 미뤄왔던 개척자 지원서를 제출했다. 작년에 개척자 편집위원으로 있던 친구한테 “너 개척자 들어올 생각 없어?”라는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지원서를 다 쓰고 제출까지 한 게 실감이 안 난다.
개척자 68집부터 개척자가 내는 콘텐츠들을 관심 있게 지켜본 독자로서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좋은 글로 담아낼 수 있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라는 막연한 궁금증과 동경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내가 동경하는 집단에 속해있는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아서 지원을 망설였던 것 같다.
하지만 개척자 69집 독자 간담회에 참여한 뒤에는 그런 망설임보다 개척자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다른 신청자들이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서 간담회에 나 혼자 참여했었는데, 일 대 다수로 진행된 간담회였음에도 불구하고 69집 편집위원들이 내가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게끔 열심히 진행해줘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처음에는 어떤 사람들일지 궁금했던 마음이 ‘개척자에는 저렇게 좋은 사람들만 있구나, 저런 사람들하고 같이 일하면 얼마나 재밌을까.’ 하는 마음으로 바뀌게 된 계기였다.
간담회 때만 해도 분명히 설레는 마음이 더 컸는데, 막상 지원서를 작성할 때는 설렘이 다시 망설임에게 잡아먹힌 상태여서 지원서를 쓰는 과정이 힘들었다. 대강 써본 지원서 초고에 자신감이 없어 망설이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많이 묻어나서 나를 뽑아 달라는 설득력이 부족한 것 같았다. 이런 지원서를 내면 개척자에 있는 내 친구에게도, 다른 개척자 편집위원들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쪽팔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지원서를 내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몇 번이고 글을 갈아엎다가 마감 직전에야 겨우 제출한 것이다. 글빨이 약하니까 소재 선정이 중요 하다고 판단되어 소재 선정에만 이틀 넘게 걸렸고, 글을 다 쓴 후에도 정해진 분량보다 글의 길이가 너무 길어 분량 조절도 오래 걸렸다. 이미 제출한 지금도 잘 쓴 지원서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가 이때까지 썼던 자소서 중에 제일 많이 수정하고 공을 들인 자소서가 아닐까 싶다. 딱 내가 한만큼의 결과가 돌아오길 기대해봐도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