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공대생이던 나, 계산기 대신 키보드 두드리게 되다
5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청소부 소피
난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모든 순간과 그 순간 느낀 내 생각과 감 정을 기록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을 정도로, 항상 메모를 하거나 끄적거린다. 그렇게 나의 잡다한 기록들은 점점 쌓여 성을 이루었고, 그 성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집필’이라는 활동은 내게 일생일대의 기회만큼 중요하게 여겨졌다. 과연 이 잡동사니 중에 어떤 쓸만한 골동품을 꺼내야 ‘아, 정말 만족할만한 글이 될까’라는 생각, 혹은 ‘어떻게 써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했다.
하지만 이 선별작업은 쉽지 않았다. 어느 것을 꺼내 봐도 하자가 있었고, 마음에 들 것 같다 싶으면 타인의 것과 비슷해 매력 없어 보였다. 그래서 꺼냈다가 다시 처박아 넣기를 반복했다. 아마 자신이 없었나 보다. 처음이라 잘하고 싶고, 잘 해내고 싶고, 인정받고 싶었나 보 다. 남에게 내 글을 보란 듯이 펼쳐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두려웠나 보다. 내 글이 평가받고,많은 사람에게 보여지는게 무서웠던 것같다.
그래서 내 글, 내 기획에 대한 자신이 없어졌고 회의를 시작하기 전엔 온갖 핑계를 둘러댔다. '저는 학교 일에 관심이 없어 서요...' '제가 사회문제는 잘 몰라서요...'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혼자 대답했다. 아마 질문은 내 스스로가 했겠지.
저 대답 뒤엔 또 스스로 질문했다. '시답지 않은 네 이야기나 쓰려고 여기 들어온 건 아니겠지?' 이렇게 나는 점점 의기소침해졌다. 결국 억지로 관심도 없고,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기획을 내세웠고, 모두가 이런 내 상황을 알아챈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