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화 독자라고 불리던 자 신편위가 되다

2화 공대생이던 나, 계산기 대신 키보드 두드리게 되다

3화 리더 없는 단체, 과연 회의가 가능할 것인가

4화 졸업반에 개척자 활동을 하려면 운동이 필수

5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청소부 소피

6화 황금 막내에서 편집장으로 특급 승진(최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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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모든 순간과 그 순간 느낀 내 생각과 감 정을 기록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을 정도로, 항상 메모를 하거나 끄적거린다. 그렇게 나의 잡다한 기록들은 점점 쌓여 성을 이루었고, 그 성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집필’이라는 활동은 내게 일생일대의 기회만큼 중요하게 여겨졌다. 과연 이 잡동사니 중에 어떤 쓸만한 골동품을 꺼내야 ‘아, 정말 만족할만한 글이 될까’라는 생각, 혹은 ‘어떻게 써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했다.

하지만 이 선별작업은 쉽지 않았다. 어느 것을 꺼내 봐도 하자가 있었고, 마음에 들 것 같다 싶으면 타인의 것과 비슷해 매력 없어 보였다. 그래서 꺼냈다가 다시 처박아 넣기를 반복했다. 아마 자신이 없었나 보다. 처음이라 잘하고 싶고, 잘 해내고 싶고, 인정받고 싶었나 보 다. 남에게 내 글을 보란 듯이 펼쳐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두려웠나 보다. 내 글이 평가받고,많은 사람에게 보여지는게 무서웠던 것같다.

그래서 내 글, 내 기획에 대한 자신이 없어졌고 회의를 시작하기 전엔 온갖 핑계를 둘러댔다. '저는 학교 일에 관심이 없어 서요...' '제가 사회문제는 잘 몰라서요...'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혼자 대답했다. 아마 질문은 내 스스로가 했겠지.

저 대답 뒤엔 또 스스로 질문했다. '시답지 않은 네 이야기나 쓰려고 여기 들어온 건 아니겠지?' 이렇게 나는 점점 의기소침해졌다. 결국 억지로 관심도 없고,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기획을 내세웠고, 모두가 이런 내 상황을 알아챈 것 같았다.